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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내 마음대로 감상평] 영화 "비긴어게인" (Begin again)

다시 시작하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다.

 

 

 한창 페이스북과 네이버를 휩쓸던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사실 노래가 너무 좋다고 하여 노래부터 들어버려서 감흥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였는데 오히려 노래를 알아서인지, 노래가 너무 좋아서인지, 가사를 모르고 들어서 이번엔 한글자막에 의존한 영어해석 공부를 한다고 생각해서 인지 꽤나 좋았다.

 

비긴어게인을 본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음악에 집중하곤 했다. 잔잔한, 요란하지 않고 조용한 팝에 조용히 눈을 감게 된다. 라는 것이다. 물론 음악도 무척이나 좋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좋았던 포인트는

 

 

한 스토리라인, 주인공에만 집중하지 않는 모든 순간이였다.

 

 

그래텐과 데이비드의 찰나의 현실적인 사랑이야기와 댄과 가족의 이야기, 바이올렛의 그 나이대의 청소년이 가질만한 생각들, 길을 잃은 별들이 모여 이뤄내는 음악의 합, 성공 후에도 깨알같이 은혜를 갚는 트러블 검까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듣고 싶었다.  스토리라인이 쳐진다는 리뷰도 있지만 잔잔함과 긴장감을 같이 가져가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보다 아쉬웠던 것은 애매하게 끼워 맞춘 그래텐의 사랑이야기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상세하게 내용이나 리뷰를 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뜬금없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Youtube로 Lost stars를 먼저 접한 관객으로서 둘의 사랑과 음악이야기라고 생각한 나의 잘못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 음악을 다루는 영화에서는 사랑이라는 모티프가 빠지면 사실 허전하기도 하다. 인간의 최대의 관심사여서 인가.

 

 영화 내내 스치는 화학반응은 그래텐과 댄이 최고라고 본다. 둘이 키스라도 할까봐서 계속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었다. 여주보다는 마크 러팔로의 연기가 너무나 완벽해서 정말 현실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가 댄을 어떤 캐릭터로 잡고 연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음반제작자를 넘어 음악을 함께 만들던 그 순간에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나는 아직도 댄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Mp3하나로 같은 공간을 지나가기만 해도 새로운 느낌이 든다는 말, 그래서 음악은 마법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영화를 보며 내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그래텐의 친구 스티브였다. 거리에서 반응 없는 버스킹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캐릭터이지만 그래텐이 언제, 어느 자리에 있던 응원해주고 받아들여주는 친구. 인생에서 이런 친구 하나만 사귀어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친구. 수염범벅의 전 남자친구를 같이 욕하며 그녀의 음악적 영감까지 끌어 내주는 친구. 정말 멋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친구가 되고 싶다.

 

 

열린 결말이었지만 뒤가 찝찝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길 잃은 별들이 결국 길을 찾은 건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재에 충실했고 계산하는 법이 없었다. 과도한 해석일 수도 있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비평을 하는 전문인이 아니라 그냥 감성적인 글쟁이가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다.  

 

"현재에 충실하자" 

 

상업적인 현실이 길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언제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하지만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지금에 충실한 사람과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길을 간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진부하고 단순한 논리이다. 자신의 미래만을 생각하며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사람은 절대로 계산하지 않는 단순한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단순함은 바보 같은 단순함이 아니라 긍정적인 뜻의 단순함이다. Simple) 요새 정말 체험하고 있는 일이 영화에서도 메시지로 던지니 내가 인생을 살면서 깨닫는 진리 중의 하나를 얻은 느낌이다.

 

가끔 운명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이 있다. 사실 운명의 정의도 잘 모르겠다.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데 운명은 운명을 벗어나는 것도 알고 있는 것이 운명이 아닐까?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과 헤어지고 무심결에 찾아간 친구를 따라 바에 가고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사람을 만나고 그리고 음악적으로 성공한다.

 

드라마니까 가능하겠지 싶다가도 내 인생을 살펴보면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사람 사는 것이다라는 것을 뼈저리게 공감한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다. 내일이 사무치게 기다려진다 와는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다. 예측할 수 없는 것. 이것이 왜 내가 머리를 싸매고 인생을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이다.  

 

그냥 부딪혀보는 것은 어떤가?  그건 정말 인생의 위험이라고? 누가 아는거야? 그 위험은?  인생도 그걸 모른다는데. 

 

 

*2014.10.10자로 쓴 글임